“일제 치하 35년간 일제의 주구(走狗)가 되어 동족을 좀먹기에 광분한 친일매족도배를 광복의 조국 하늘 아래서 민족의 이름으로써 이들을 단죄함에 이르게 된 것은 실로 감개무량하고 또한 통결(痛決)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개인에 대한 복수가 아니라 자손만대의 산 교육이 되게 하고 정신의 거울이 되게 하자는 데서 반민자 처단의 참된 의의가 있는 것이다.”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반민특위)가 생기고 특위 활동을 기록한 책 ‘반민자죄상기(反民自罪狀記)’에 반민특위 김상덕 위원장이 쓴 서문의 일부입니다. 58년 전에 쓴 글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때 이루지 못한 친일청산 문제가 지금까지 계속 정치·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국민통합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정치·사회적으로 치열한 논란 끝에 법이 통과됐고 반민특위 와해 57년 만에 다시 국가 차원에서 친일청산작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위원회는 1년여 동안 연구와 조사끝에 1차 조사대상자 120명의 명단을 확정했습니다. 광복 후 정부 차원에서 친일파를 확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이들은 친일 확정자가 아닌 조사대상자입니다. 그리고 후손의 소명절차 등을 밟아 최종 친일파로 확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라는 공신력을 가지고 100여 명이 넘는 인력이 1년여 동안 조사했기 때문에 대상이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위원회 설명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반민족행위를 통해 치부한 재산을 몰수한다는 것입니다. 친일파의 후손이 재판을 통해 땅을 찾는다는 소식을 들을 때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번엔 반대로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는 것입니다. 물론 재산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벌어질 것은 뻔합니다.

이는 광복 후 60년 만에 벌어지는 놀라운 사건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친일행적을 공식 확인할 뿐만 아니라 재산문제까지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은 친일문제라는 우리 현대사의 고질적인 논란을 매듭짓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일청산 문제는 우리의 과거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이고 또 소모적인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미래를 향한 행보입니다. 이번 주 ‘뉴스메이커’에서 60년 전 과거사 논란이 아닌 60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희망을 보십시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07/10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