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복 기자의 타임캡슐(70)

재활용 총리·'인듯~' 총리

 

정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사퇴의사를 밝히고 대통령이 후임 총리후보까지 지명한 상황에서 전임 정홍원 국무총리를 다시 임명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아무리 후임자 찾기가 어렵다고 그래 퇴임한 사람을 다시 쓸 생각을 했을까. 그렇게 쓸만한 총리감을 찾을 자신이 없었을까.


이것은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인사권을 행사할 자신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 아닐까. 도대체 이런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누구일까. 이것으로 재활용 총리라는 유괘하지 못한 별명을 달게 된 정홍원 총리에게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아무리 의전·방탄총리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잔인한 처사 아닐까.


법적으로도 논란거리이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지만 후임 총리를 지명한 것은 사표 수리 의사표시”라이것을 유임으로 포장하는 것은 법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유임이 아니라, 중임으로 인사청문회와 국회동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것은 매우 재미있는 논란거리로 헌재의 결정까지 가봐야 하지 않을까.


정부수립이후 총리를 두 번 중임한 사람은 3명이다. 장면 총리는 이승만 정권 시절 2대 총리와, 내각책임제하의 실세총리(7)를 지냈다. 김종필 총리는 박정희 정권에서 11대 총리, 김대중 정권과 연대한 공로로 31대 총리를 지냈다. ‘행정의 달인으로 꼽히는 고건 총리는 김대중 정권(30)과 노무현 정권(35)에서 총리를 지냈다.

 

 

사진은 1960819일 총리 인준을 받고 윤보선 대통령(오른쪽)과 곽상훈 민의원(현재의 국회) 의장(왼쪽)과 같이 한 모습이다.


정홍원 총리를 보면 장면 총리와 일면 비슷한 점이 있다. 장면 총리는 19512월 총리에 취임했다. 그런데 자유당내에서 정치적 배경이 별로 없는 장면을 차기 대통령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자연히 이승만 대통령의 질시가 시작됐다.


그러자 장면은 5111월 유엔총회에 참석했다가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미국 병원에 입원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국내 기류를 읽으며 눈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격노한 이승만은 52년 112일 허정을 총리 서리로 발령을 냈다. 하지만 그가 총리 사표를 낸 것은 한참후인 419일이다. 그러니까 장면은 석 달 넘게 총리이면서 총리도 아닌위치에 있던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4월 27일 사퇴를 공표한 정홍원 총리가 총리아닌 총리로 2개월 정도 보낸 것과 비슷하다. 요즘 정 총리에 대해 총리인 듯 총리 아닌 총리같은 너~’라는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는데, 아마 당시도 그랬을 것이다.


장면 총리도 내각책임제인 제2공화국에서 실세 총리도 복귀했다. 당시 총리는 국무위원 임면권과, 국무회의 의장, 행정 각 부의 지휘 감독권과 민의원(국회) 해산권한까지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장면 총리는 5·16쿠데타로 정권 자체를 내놓고 말았다. 장면 총리는 총든 군인이 무서워 성당에 숨어버렸다


정홍원 총리도 대선배 장면 총리처럼 '시즌2'에선 실세 총리가 될 수 있을까? 하기사 지금 총리도 권한은 막강하다. 스스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아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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