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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우리를 섬뜩하게 하는 것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IT강국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KT. 과거 체신부라는 공무원 조직에서 1981년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을 거쳐 2002년 민영기업으로 바뀐 회사입니다. 주식도 외국인이 근 42%를 가지고 있고 국내 기관 및 개인이 24%, 우리사주 등이 대주주입니다. 자산 규모는 27조 원에 25개 자회사 및 계열사, 직원 3만5000여 명으로 한국 재계 순위 7위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재계 순위 7위 그룹의 경영진이 공백 상태입니다. KT는 러시아 등에 우리의 초고속 인터넷 기술을 수출하고 국내에서도 뉴미디어인 IPTV 등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도 많습니다. 게다가 KT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KTF도 사장이 사실상 공백인 지 오래됐습니다. 한시적인 겸직 사장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는 없겠지요.

한마디로 한국을 대표하는 재계 순위 7위 IT기업이 사실상 경영진이 공백인 채 표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두 사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입니다. 구속 사유는 하청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것도 있고 또 과거 정권이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죄목입니다. 진실이야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 두 사장을 구속 수감한 것을 보면 죄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사건은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계 순위 7위 기업 최고 경영진이 사법처리 됐는데 언론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IT강국을 만든 주역을 줄줄이 단죄하고 있는데도 검찰의 목소리만 높습니다. 경영자의 사법 처리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경영자총연합회나 전경련 등의 단체는 재계 7위의 최고 경영자가 감방에 들어갔는데 나 몰라라 합니다.

정치권도 그렇습니다. 과거 정치권에 정치자금을 줬다는 내용이 나왔으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소리가 나왔을 법한데 역시 조용합니다. 게다가 잡아가려면 세밀히 수사해 후딱 잡아가지 근 2개월이나 질질 끄는 검찰의 수사는 또 뭡니까. 기업 프렌들리한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권을 행사해 재계 7위의 최고 경영자를 무참하게 단죄하는 그 배경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이번 호 에서 그 섬뜩하고 미스터리한 비밀을 함께 풀어봅시다.

그리고 요즘 군 내부가 어수선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시대착오적 불온서적 지정으로 사고를 치더니, 결국 장성급 인사 문제로 시끄러운 것입니다. 사실 군 인사는 그 폐쇄성과 보안성 때문에 쉽게 공론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인사를 했기에 군 인사의 실무 책임자도 납득하지 못해 그를 다른 곳으로 좌천시킨 후 인사를 한다는 말입니까. 뒤죽박죽 인사에 편중 인사, 한마디로 ‘정치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인은 사기를 먹고산다는데 참 큰일입니다. 그보다 사라진 ‘정치 군인’이라는 단어가 다시 회자되는 것… 너무나 섬뜩합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1/25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