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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심은경씨를 아시나요

'한국을 움직이는 10대 인물 혹은 단체’를 꼽는 기사는 몇몇 언론에서 종종 하는 기획입니다. 보통 정치 분야 하면 대통령, 경제 분야는 삼성그룹, 사회 분야는 유력 시민단체, 언론 분야는 KBS 등을 꼽습니다. 물론 이를 꼽는 이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로서 정치·경제·사회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조사를 접할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왜 주한미대사는 빠져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우리나라의 명줄을 쥔 1950~1960년대는 아니지만 미국은 여전히 한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주한미대사는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한국에 와 있는 외교 공관장의 하나지만 그 존재의 의미와 역할, 임무 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주한미대사관은 한국전쟁은 말할 것도 없고 5·16 쿠데타, 광주민주화운동 등 해방 후 현대사의 주요 고비마다 결정적(미국은 동의하지 않지만) 역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학생 시위에서 대사관은 엄두도 못 냈지만 하다못해 문화원이라도 점거해야 할 대상이 된 것도 그 막강한 배후 역할 때문일 것입니다.

요즘 미국 경제가 기침 한 번 하니까 독감에 걸린 듯한 우리나라 현실은 차치하고서라도 우리의 외교·국방정책에서 미국을 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겁니다. 이번 김정일 와병설로 인한 대북문제에서 보듯이 미국은 북한을 손바닥 위에 놓고 보고 있는 나라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힘깨나, 돈깨나 쓴다고 하는 사람은 주한미대사는 하나님이고 정무참사관 아니 그 밑의 직원이라도 만나자고 하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간다는 것은 비밀도 아닙니다.

그 막강한 주한미국대사에 심은경씨가 취임했습니다. 심은경이면 한국인? 아닙니다. 그는 캐슬린 스티븐스라는 미국 여성입니다. 하지만 한국인과 결혼해 아들까지 낳은 절반의 한국인입니다. 그가 운영하는 주한미국대사관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호 weekly경향에서는 주한미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아니 심은경씨를 해부해봤습니다. 그는 한국의 정치·경제·외교·통상·국방·대북문제 등의 분야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늘 그렇듯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이 한국의 주요 인물을 만나 분석하고 본국에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우리가 주한미대사를 분석하는 것도 그다지 기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스티븐스 아니 심은경씨의 한국 내 인맥도 매우 중요한 정보 가치가 있을 겁니다. 혹시 모르는 분을 위해 주한미국대사관이 가진 그 막강하면서 은밀한 파워도 알려드리겠습니다.

심은경씨는 자신의 조국인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당연합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혈맹관계’라고 한국어로 표현했습니다. 그가 혈맹이라고 표현한 것은 물론 과거 전쟁터에서 같이 싸웠던 관계라는 의미겠지만 혹시 그의 아들에게 흐르고 있는 절반의 한국인 피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요. 이런 기대를 하는 필자 역시 한국적 정서 때문이고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심은경씨에게 말하고 싶군요.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09/30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