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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누가 더 생명력이 있을까요

일을 하려면 돈이 듭니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하는 데도 최소한 버스값과 커피값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사람이 하지 않는 국민계몽운동이나 새생활실천운동같이 거창한 일을 하려면 훨씬 돈이 많이 들겠지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돈을 마련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니까요. 과거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에 돈을 그냥 준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새마을운동이나 노태우 정권 시절 바르게살기운동이 그것입니다. 이들 단체는 지금도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으며 때마다 관제 데모에 앞장서고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친정부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제2건국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들어 비슷한 시도를 하다 결국 좌절되기도 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의한 지원입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민·환경·사회단체에 프로젝트별이긴 하지만 정부가 지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데 돈이 얽혀 있으면 꼭 문제가 생깁니다. 돈을 주는 쪽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이 법이 만들어질 때 많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NGO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더 이상 NGO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던 것입니다.

요즘 시민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말이 많습니다. 정부를 비판한 불법집회에 참여한 단체는 보조금 지원에서 배제한다면서 한 국회의원은 “정부에 빨대를 꽂고 먹고살면서…”라는 살벌한 발언도 하더군요. 이 말은 정부 보조금을 받은 단체는 정부를 비판하지 말라는 얘기지요. 그것은 정부 돈을 받았으면 어용단체가 되라는 말 아닌가요. 나이가 40대 중반쯤밖에 안 된 이 국회의원은 아직 권위주의적 시대의 사고방식이 꽉 박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시민·사회단체는 참가하는 회원의 자발적인 회비로 운영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기가 좋아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하는 활동에 왜 정부가 보조금을 줍니까.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이 자신의 신념이라면 월급 없이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무보수 자원봉사가 시민·사회운동의 기본이니까요.

환경운동도, 의정감시운동도, 사법감시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상근자를 두지 말고 자원봉사자가 틈틈이 나와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십시오. 그리고 시민단체도 반성해야 합니다. 한 단체가 이것저것 모두 하려고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실련이면 경제정의에 매진하고, 환경연합은 환경운동에 전념해야지 경제정의에서 통일운동, 의정 감시까지 모두 하려는 재벌적 행태 때문에 상근자가 필요하고 돈이 필요한 겁니다.

새마을운동도, 바르게살기운동도 지원하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이들 단체를 지원하는 관련 법안을 폐기하고 순수하게 회원의 회비로 운영하게 하십시오. 그게 시민·사회단체 원칙에 충실하고 공평한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단체가 오래 버티나 지켜보면 어떻습니까.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10/14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