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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삼성전자 사람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삼성전자(三星電子). 말 그대로 별이 세 개인 전자회사입니다. 사실 회사 이름으로 보면 조금 촌스럽지 않은가요. 과거 기업명을 보면 기업의 흥망이 별에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별 성(星)자가 들어가는 기업이 많았습니다. 별이 다섯 개인 오성전자도 있고 일곱인 칠성을 기업명으로 삼은 기업도 여럿입니다. 하지만 요즘 별의 숫자, 그것도 최첨단 전자회사가 한자어를 기업명으로 삼은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미끈한 영자로 바꿔버렸으니까요. 사실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그것도 세계에서 몇째 손가락 안에 드는 전자회사가 ‘별 셋’의 의미를 가진 한자어 회사명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전자 신호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세계 1위고, 특정 반도체 부문도 세계 1위입니다. 국내 1위를 꼽는 것은 삼성전자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일 겁니다. 브랜드 가치는 세계 21위로 역시 국내에선 독보적인 1위입니다.

물론 대학생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 1위를 수년째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88만 원 세대가 수두룩한 요즘 세상에서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순간 그는 이미 중산층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그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현재 삼성전자를 책임진 이윤우 부회장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는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직원이 9만 명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최고 사령탑이 됐을까요. 사실 그는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때보다 훨씬 뛰어난 기업을 경영하는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 현대건설의 이명박 신화는 있는데 삼성전자의 이윤우 신화는 없을까요. 그의 초등학교 성적표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삼성은 인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중요한 인재의 면면은 어떤 사람일까요. 삼성은 인재를 어떻게 키우고 이들은 어떤 대우를 받을까요. 삼성전자 임원의 대우를 보면 다른 회사 사람이 시샘할 만도 합니다.

특히 관심의 초점은 이건희 전 회장이 사퇴한 삼성전자를 지금 누가 어떤 시스템에서 움직이는가입니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이재용 전무의 인맥과 후계 구도는 어떻게 될까요. 이번 호 뉴스메이커는 이건희 전 회장이 떠난 이윤우 부회장 체제의 삼성전자를, 그것도 사람 위주로 다뤄보았습니다.

본지의 취재에 삼성전자 측은 “일절 협조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쉬운 대목입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답게 ‘통 큰 홍보’를 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여건상 아쉬운 점도 있지만 나중에 증보 취재로 독자에게 더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할 것을 약속합니다.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8/08/05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