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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2008년을 달려온 아고리언 매년 이맘때면 각 언론은 한 해를 정리하는 기획을 합니다. 보통 10대 뉴스나 올해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2008년을 관통하며 대표성도 있는 한 사람을 선정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론조사를 통하는 방법도 쓰지만 그것도 응답자의 최근 기억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불과 5개월 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무슨 사태가 벌어졌는지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입니다.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선의가 아닌 악의로 유명한 사람을 꼽는다는 것도 신경질나는 일입니다. 그런 사람은 권력이나 금력을 가지고 우리 정치·경제·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사람이지요. 그래서 한 포털에서 올해의 무슨무슨 인물을 선정하다 대통령이 많이 나오니까 황급히 중간에 “정치인은 제외.. 더보기
박근혜와 조기숙의 다른 점 김영삼 전 대통령이 퇴임 직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미국 LA에서 교민을 상대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강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박정희 재산을 파악해봤는데 엄청나더라. 정수장학회라는 이름으로 MBC 주식의 30%를 가지고 있고, 부산일보의 실질적 사주이며 대구에 있는 영남대학교도 사실상 그의 소유다. 사실상 우리나라 부정축재의 원조가 박정희다. 요즘 민영화 논란에 휩싸인 MBC의 자산가치가 10조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보면 박정희의 유산은 대충 잡아도 수조 원에 이를 겁니다. 이런 엄청난 재산은 박정희가 대통령 월급을 착실히 모아 마련한 것은 아니겠지요. 나중에 정부 차원의 조사에서 밝혀졌지만 말이 헌납이지 강탈 혹은 다른 대가를 주고 축재한 것입니다... 더보기
한 고지식한 전직 공무원의 투쟁 공무원 출신 한 공기업 이사장이 있습니다. 이 분은 매달 월급날 부인과 자식을 모아놓고 월급 전달식이라는 것을 합니다. 가족을 모두 ‘집합’시킨 후 “아버지가 한 달 열심히 일해 번 소득이니 알뜰히 쓰라”는 일장 훈계 후 월급 봉투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는 이 월급 전달식을 하는 이유로 가장의 노고를 이해하고 돈을 절약해 쓰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참 고지식한 공무원입니다. 사실 그는 한평생 고지식한 공무원으로 살았습니다. 서울 명문대도 나오고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지방에서 촌사람처럼 근무했습니다. 30대 시골 관선 군수시절 가뭄 대책에 매달리다 맹장이 터진 적도 있고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이례적으로 청백리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방에서 그의 별명은 ‘미스터 규정’으로 통했습니다. 그 청렴함으로 그는 참여.. 더보기
다수결이 만능은 아닙니다 기자를 하다 보면 필화 사건 혹은 언론 탄압 역사를 자연스레 공부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어떤 글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언론사(史)에서 대표적 필화 사건으로 1962년 ‘국민투표는 만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꼽습니다. 당시 박정희 장군은 대통령중심제 제3공화국 헌법을 발의하고 직접 국민에게 의사를 묻겠다고 나섰습니다. 데모크라시, 말 그대로 국민에게 주권이 있으니 국민에게 직접 의사를 묻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논리지요. 이에 가 문제를 제기하자 박 장군은 사설을 쓴 논설위원과 주필을 구속했습니다. 물론 이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서 85%가 넘는 투표율과 79% 가까운 찬성으로 통과됐지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 정권은 국민투표를 만병통치약인 양 사용했습니다. 1972년.. 더보기
진정한 선지자(先知者)의 시대 인간이 복수로 생활한 이래, 아니 창세 이래 집단의 리더는 있어 왔습니다. 정치인류학적으로 초기 인류 집단의 리더는 힘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맹수로부터 위험을 큰 소리로 ‘미리’ 알려주는 경보 기능을 해야 했기 때문이지요. ‘미리 알린다’는 ‘조기 경보’ 기능은 다시 말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으로 이것은 리더로서 매우 기본적인 자격 요건입니다. 고대 지도자로 통했던 선지자(先知者)도 ‘미래를 보는 사람’이라는 의미 아닙니까. 내일을 알 수 없는 인간의 불안과 조금이라도 미래를 엿보고 대비하려는 심리 탓이겠지요. 이런 인간 심리가 선지자를 찾습니다. 특히 역사를 보면 난세일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더욱 선지자를 요구하고 또 등장합니다. 이 인간 심리와 이를 통한 지도자의 자격.. 더보기
기다려지는 대통령의 눈물 10여 년 전이니까 아마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 국회의원이 됐을 때일 겁니다. 그때 기자는 이명박 의원을 단독으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의원은 젊은 시절, 용산 이태원 시장에서 쓰레기 리어커를 끌며 공부했던 학창시절 얘기를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야채 노점상을 했는데 남의 가게 앞에서 노점을 하다 쫓겨난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때 기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이런 이야기를 하던 이 의원의 눈가에 맺힌 눈물입니다. 그는 자신의 고생담을 얘기하면서 그 시절이 한스러운 듯 눈가에 살짝 눈물을 보였습니다. 기자는 그때 ‘천하의 이명박도 눈물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40년이 지난 2009년 청년 이명박이 리어커를 끌던 바로 그 자리 용산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세입자와 철거민 단체회원 5명이 불에.. 더보기
우리 시대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강호순이 붙잡혔습니다. 범죄 전문가들은 강호순을 과거 연쇄살인범과 유형이 다른 사실상 우리나라의 첫 서구형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실 강호순을 보면 빈곤 때문이라거나 반사회적 정서 등 과거 범죄 원인과 달리 단지 ‘즐기기’ 위한 인격장애적인 범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으로 죄의식이 없고, 거짓말을 잘하며, 이기적이고 영리하며, 양심과 감정이 결여됐고, 폭력적이라는 데 공통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실제로 사이코패스냐 아니냐를 검증하는 표까지 있습니다. 얼마 전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야당 의원을 사이코패스에 비유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는 해머질을 하고 동료 의원의 명패를 내던진 야당 의원을 반의회적이고 반민주적인 인격장애자, 사이코패스로 비.. 더보기
에밀 졸라의 심정으로 “대통령 각하, 진실은 단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무시무시한 진실은 당신의 통치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입니다….” 1898년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가 신문에 기고한 그 유명한 ‘나는 고발한다’의 한 대목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에밀 졸라의 이 도발적인 글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고발하는 글입니다. 아니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려는 권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선전포고장입니다. 에밀 졸라의 이 도발적인 글은 프랑스 지성과 사회, 권력, 그리고 역사를 뒤흔들었습니다. 전 세계에 진실이 무엇이며, 지성인의 역할과 권력의 본질을 일깨웠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을 보면 에밀 졸라가 그렇게 절규하듯 고발했던 사건의 진실과 지성, 그리고 권력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야간에 촛불을 들고 시위를 했다.. 더보기
언론인 김수환과 정치인 정몽준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습니다. 그를 추모하는 사람이 수십만 명에 이르고 많은 언론은 그의 삶과 교훈을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는 종교인이지만 종교인으로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이 언론인이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박정희 정권의 장기 집권 기도가 본격화하면서 언론탄압이 극심하자 김 추기경은 과감하게 언론인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는 스스로 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발행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잡지를 유지했습니다. 김 발행인은 창간 1년이 지난 1972년 9월호 권두언에 ‘우리는 이 겨레와 함께 있다’는 제목으로 발행인의 심정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단 한 사람에게라도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한, 이 사회와 나라의 구석구석까지 만연해 가는 비인간적 사회악이 존재하는 한, 그 때문에 우는 사람이 .. 더보기
정치인의 가동연한 법률 용어로 ‘가동연한’이라는게 있습니다. 일을 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뜻하는데, 소득연한이라고도 합니다. 보통 정년과 같은 의미로 쓰이고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현재 판례상 술집 종업원은 35세, 프로야구 선수는 40세, 소설가는 65세고 변호사와 목사가 가장 긴 70세입니다. 그러면 정치인의 가동연한은 얼마일까요. 기자는 오래전 이런 주제를 가지고 기획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정치인의 정년’을 따져보기 위해서죠. 당시 기자는 보험회사, 손해사정인,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취재하며 정치인의 가동연한을 산정했습니다. 그때 관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한 것이 정치인의 가동연한은 목사보다 짧을 것이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지역구를 관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국회에서 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