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인사’이다. 아무 때나 실실 웃다 장관직에서 면직되는가 하면, 사퇴한 총리를 재신임해 ‘재활용 총리’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박근혜 정부는 인사에서 또 하나의 ‘신기원’을 만들었다. 무려 79세 최고령 공직자를 배출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이전까지 최고령 공직자(국회의원 제외)는 2006년 임명된 조창현 방송위원회 위원장으로 당시 나이 71세였다. 조 위원장은 67세에 중앙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돼 공직을 수행했다. 따라서 명예직이나 비상임이 아닌 상임 79세 첫 공직 임용은 역대 최고령 기록이다.

79세 나이로 상임감사 공직에 발탁

해당 분야에서 계속 일했던 것도 아니고, 8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어떻게 첫 공직자로 발탁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은 노령화 시대 ‘탐구감’이고, 인생 2막시대인 요즘 ‘귀감감’이 아닐 수 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윤종승(자니윤) 관광공사 상임감사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자니윤 관광공사 상임감사가 국정감사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0월 17일 오후 9시가 넘어 계속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광공사 국정감사장. 설훈 위원장은 증인으로 자니윤 감사를 불러세웠다. 그리고 점잖게 “증인, 노익장이라는 말씀 알지요?”라고 질문했다. 자니윤 감사는 약간 귀가 어두운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설 위원장은 다시 “노·익·장, 노익장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한 자 한 자 띄어 말했다. 자니윤 감사는 “글쎄, 문자를 쓰시면 모르겠는데… 노익장?… 글쎄” 하며 얼버무렸다. 다시 설 위원장은 “아이”라고 한숨을 쉬면서 “모르면 모르신다고 말하세요”라고 추궁했다. 자니윤 감사는 “모르… 모르겠는데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설 위원장은 “외국에서 오래 계셨으니 모를 수 있지요”라며 “나이 드신 분이 힘써서 일하시는 모습을 노익장이라고 표현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자니윤 감사는 “저는 첨 듣는 소리구요…”라고 말했다.

설 위원장은 다시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물었다. 자니윤 감사는 “일천구백삼십육년 10월…”이라며 “우리 나이로 79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설 위원장은 “79세면 이젠 은퇴해 쉬실 나이 아니겠나. 쉬시는 것이 상식에 맞다. 증인은 일할 의욕이 많고 일을 잘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니윤 감사는 민망한 표정으로 말을 들었다.

관광공사 노조 임명반대 성명 발표
자니윤 감사 임명에 관광공사 노동조합은 이례적으로 ‘보은인사의 끝판왕 상임감사 임명! 걱정을 어찌 안 할 수 있겠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제목에서 ‘끝판왕’이라는 표현은 박근혜 정부 인사참사의 결정판이라는 의미이다. 성명 내용은 ‘무참히 깨어졌다’ ‘정말 비통함을 감출 수가 없다’ ‘깊은 분노를 느낀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등의 참담한 표현이 줄을 이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자니윤은 어디서도 관광과 연계된 경력을 발견할 수 없는 미국인이자 한국인인 이중국적자”라며 “관광진흥기관인 관광공사의 감사 자리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에도 감사 자리는 낙하산이 많았지만 이번에는 도저히 납득이 안 돼 처음으로 성명을 냈다”고 말했다.

자니윤은 우리가 아는 바와 같이 미국 연예계에서 성공한 방송인이다. 1936년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울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그는 “코리아도, 코리언도 아는 이가 별로 없던 그 시절 엔터테이너의 꿈을 꾸며 미국땅을 찾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어학을 익힌 그는 1958년 미국 해군에 자원 입대했다. 그는 해군 복무 중 미국 일리노이에 있는 미 해군종합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업무와 전혀 연관없는 지원 이유
그는 3년 9개월에 걸친 미 해군 복무를 마친 뒤 1962년 웨슬리언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성악을 공부하고,(학력란에 ‘수료’라고 표기한 것으로 보아 졸업은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년간 뉴욕에서 연기학교를 다녔다. 자니윤은 동양권 이민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NBC방송 ‘자니카슨 투나잇 쇼’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1973년 뉴욕 최고 연예인상을 받으며 승승장구, 1978년 NBC방송에서 ‘쟈니 윤 스페셜쇼’ 메인 MC를 맡으면서 절정에 오른다. 미국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1989년 한국에 돌아온 자니윤은 KBS에서 ‘자니윤 쇼’ 메인 MC로, 1991년 SBS에서 ‘자니윤 이야기쇼’ 메인 MC로 이름을 날렸다. 방송계의 한 인사는 “자니윤은 어눌한 한국말과 함께 토크쇼를 처음 도입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면서 “당시 ‘자니윤 쇼’를 연출한 사람이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방송출연이 뜸하던 그는 2007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와 만났다. LA에서 발행하는 한 한인 언론은 “2007년 2월 한인타운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근혜 미주후원회 발대식이 열렸는데, 이 행사를 준비하고 후원한 사람이 바로 자니윤”이라고 말했다. 자니윤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재외국민본부장, 재외선거대책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지난해 관광공사 사장 하마평에 올랐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그의 매니저는 “자니윤이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내정돼 6월 임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고, 결국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홍보본부장 출신의 변추석 사장이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한 인사는 “유진룡 문화부 장관이 경질된 것도 (유 장관이) 자니윤의 관광공사 사장 임명에 반대한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자니윤 감사는 자신의 임용을 반대하는 장관을 밀어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 것이다.

자니윤은 우리나라에 토크쇼를 처음 도입,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2002년 자니윤과 가수 조영남이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방송계의 한 인사는 “그는 생각이나 스타일 모두 완전한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집과 가족 모두 미국에 있다.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이중국적자다. 관광공사 노조는 “자신의 이익도 놓지 못하는 사람이 공정하게 기업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니윤 감사는 방송·연예계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았다. 그러나 앞서 경력에서 보듯이 관광공사 같은 대규모 공기업을 경영해본 적도 없고, 회사에 다닌 적도 없고, 더더구나 회계감사를 해본 경험도 없다. 자니윤은 “27년간 미국에서 방송·영화·뮤지컬·유명 가수의 콘서트 등을 함께하면서 많은 제작자, PD들과 교분을 쌓았다”면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으로 취임식에 초대되는 등 미국 주류 정치사회와 외교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감사 지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 인맥이 관광산업 진흥기관을 감사하는 업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 점은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지적됐다.(상자기사 참조)

사실 직원 500여명에 매출 4000억원이 넘는 관광공사 감사는 매우 골치 아픈 자리다. 골프장·호텔 등 직접 영업도 하지만, 정부 예산이 섞여 있어 회계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공기업 인사 책임자인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니윤 감사 임용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볼 능력도 의심이 되는 분”이라는 쓴 질문을 받기도 했다.

공기업 감사는 매년 ▲감사의 전문성·윤리성·독립성 확보 ▲내부통제 기능 강화 ▲내부감사 운영성과 및 사후관리 등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감사는 이 항목에 A~D 등급으로 평가받고 이 사실은 공개된다. 연봉과 경영성과금을 합해 1억3159만5000원(2013년 기준)을 받는 자니윤 감사는 1년 후 어떤 성적표를 받을까.



“유럽여행 다니며 관광 연구 많이 했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장에서 안민석 의원이 관광공사 자니윤 감사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방송 캡처


감사 자기소개서에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과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자본을 유치하고, 할리우드 촬영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 이게 관광공사 감사와 관계 있는 것입니까.(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말씀하신 의도는 이해하고, 어… 옳으신 점이 많다고 보는데요, 저는… 그… 주로 하고 싶은 것은 외국 투자유치 이런 것 말씀하셨는데요.”

그건 제가 말한 게 아니라 감사님께서 그렇게 하겠다고 말한 것입니다.(배재정 의원)

“글쎄 제가 해봤는데요, 제가 외국에서 50년 살면서 소개서에서 말씀드렸지만 저, 지중해·동유럽·서유럽 다섯 번, 여섯 번 다니면서 관광에 대한 연구 많이 했습니다.”

변추석 관광공사 사장, 지중해 몇 번 다녀 왔어요?(안민석 새정치연합 의원)

“한 번 다녀왔습니다.”(변추석 관광공사 사장)

윤종성(자니윤) 감사 저 분 기준은 여행 많이 다녔으면 관광공사 사장이 되는 것입니다. 도대체 관광공사 감사라는 직책으로 본인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개념이 없으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국적 회복은 언제 하셨어요.(안민석 의원)

“국적 회복은 작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쎄 재작년같기도 하고… 어… 어.”

아무리 연로하셔도 대한민국 국적 회복을 한 날짜는 몰라도 연도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기억 못하세요?(안민석 의원)

“아니 제가 국내에서 생활하는 게 너무 바빠가지고, 정신차릴 수 없습니다.”

감사 하시려고 국적 회복한 겁니까.(안민석 의원)

“국적요? 감사하려고 국적 회복한 게 아니구요, 65세 이상이면 국적 회복 할 수 있는 것 알아서, 제가 한국국적 50년 동안 버린 거 안타깝게 생각해….”

25년 전 캐디 폭행한 적 있습니까. 그 사건은 무슨 사건입니까.(안민석 의원)

“그 사건은 제가 들을 때마다 웃음밖에 안 나오는 겁니다. 왜냐면 제가… 사실이 아닙니다.”

130만원 배상판결 났는데, 증인은 한푼도 안 내고 미국으로 갔어요.(설훈 위원장)

“안 내고 간 것이 아니고 모르고….”

어쨌든 안 내고 갔어요. 간 뒤에 다시 한국에 돌아와 방송출연했지요. 그 출연금에서 강제집행하려 하니까 그때서야 이자까지 포함해 갚은 사실 없습니까.(설훈 위원장)
“알고 있는 것 없고, (변호사가) 저한테 (그렇게) 한다고 한 적도 없습니다.”(이 사건은 1989년 10월 3일 경기도 성남 모 골프장에서 캐디들과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로 고소된 사건이다.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리되고, 1992년 민사소송에서 캐디에게 130만원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자니윤씨는 그냥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나중에 귀국해 피해자들이 방송출연료를 강제집행하려니까 이자까지 포함해 배상했다)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김태년 새정치연합 의원)

“예? 없습니다.”

조직회계에 대해 결재하거나 감사해본 적 있습니까.(김태년 의원)

“회계학이오? 우리나라에서 해본 적이 없지만 영화를 만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감사 매뉴얼을 본 적 있나요.(김태년 의원)

“감사 매뉴얼은 서류,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 있다고, 준비하느라고 그 책을 한 번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감사 매뉴얼을 봤다고 하는데, 자기소개서를 이렇게 씁니까. 이건 감사가 도대체 뭐하는지 모르고 쓴 것입니다.(김태년 의원)

“그건 제가 잘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구요. 감사라는 직은… 개인적인 것을 말씀 드리면, 건설적인 문제를 가지고 사전에 감사하는 것이 사후에 감사하는 것보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