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세월호 유족 대표와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이 터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조경태 의원이 같은 당 김현 의원에 대해 “출당조치를 통해서라도 당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자 도리”라고 주장했다. 김현 의원이 폭행 현장에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참으로 일리 있고 가슴에 와 닿는 옳은 말씀”이라며 환호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정청래 의원은 “사사건건 새누리당의 정신적 당원처럼 활동하면서 탈당, 분당 운운하는 조경태 의원을 당 지도부는 출당 제명시켜라”고 요구했다.

당론과 어긋나는 튀는 발언 눈길
조 의원은 야당에서 매우 독특한 존재다. 당론과 어긋나는 발언을 자주해 여당 의원으로 착각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필패론을 주장했고, 대선 직후 NLL(북방한계선) 논란에서도 오히려 문재인 의원을 비난했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특별검사 도입에도 반대하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경찰 수사 축소·은폐의혹을 받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무죄 판결도 존중해야 된다고 말했다.


당론과 달리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정부의 강경조치를 옹호하고, 시국선언을 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매우 보수적인, 심지어 수구적인 대북관을 가지고 있다.

언론은 튀는 그의 발언에 주목했고, 그는 유명인사가 됐다. 그가 유독 비난하는 대상은 지난 3월 신당 창당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분명히 선을 그었던 “종북친노는 신당에 참여하지 말라”는 발언에 응축돼 있다. ‘종북친노’라는 표현은 종북세력과 친노세력을 각각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친노세력은 곧 종북세력이라고 말하는 것인지 애매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이 발끈하며 “친노가 종북인지 종북이 친노인지 분명히 말하라”면서 “무엇이 종북이고, 무엇이 친노인지 공개토론하자”고 제안할 정도였다.

어쨌든 그는 친노세력과 종북세력을 주로 비난한다. 종북이라는 용어에 대해 앞서 최민희 의원은 “아무런 개념규정 없이 일부 보수세력이 쳐놓은 야권분열 프레임”이라고 비난했다. 실제 진보세력을 종북으로 표현한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판결도 나왔다.

조 의원은 당내에서 좋게 말하면 ‘입바른 소리’ 잘하는 의원으로 평가받지만, ‘정신적 새누리당’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더 심하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그는 이 같은 ‘소신행보’를 거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이유 중에는 자신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원조 친노이며,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입바른 소리’ VS ‘노이즈 마케팅’
원조 친노라는 그의 주장은 상당 부분 맞다. 그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약관 28세에 YS(김영삼)의 3당 합당을 거부한 ‘꼬마 민주당’으로 노무현 당시 의원과 함께 부산에서 출마했다. 출마하려는 사람이 없었으니 공천 받기는 쉬웠다. 비록 낙선했지만 1만여표를 얻었다. 그리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다시 새천년민주당으로 출마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새천년민주당은 여당으로 그나마 중앙당 지원이 많았다. 하지만 이른바 ‘김대중 당’ 이미지로 부산에서 당선되긴 어려웠다. 이때 같이 출마한 노무현 후보도 낙선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2004년 17대 총선에서 극적으로 당선됐다. 이른바 탄핵정국이라고 불리는 정치적 분위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표를 갈랐기 때문이다. 그가 3수 끝에 부산에서 당선되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청와대로 불러 “조경태 학습관을 세워야 한다”고 격려할 정도였다. 그리고 부산에서 내리 3선을 이뤄냈다.

게다가 그는 누구처럼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편법’을 쓰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은 영남(대구)에서 무소속으로 ‘탈색’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역시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현 안전행정부) 장관까지 지낸 김두관도 무소속 ‘탈색’ 끝에 경남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장관 한 번 못한 조 의원은 정당 탈색 없이 부산에서 당당하게 당선됐고, 3선을 거쳤다. 친노 대표주자인 유시민·김두관보다 훨씬 명분과 성과에서 앞선다. 게다가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대권주자인 문재인 후보보다 많은 득표율을 올렸다.

야당에 척박한 부산에서 그가 이룬 3선의 저력을 부정할 순 없다. 게다가 그는 무명의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으며 특히 2002년 노무현 후보 사퇴 요구가 빗발칠 때 이를 온몸으로 막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해도 과하지 않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은 노무현과 대등하게 정치를 한 인물’이며, 문재인 의원 같은 노무현의 참모들과 ‘노는 차원이 달랐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 ‘자수성가’ 부산에서 3선 저력
이렇게 (정치적) 자수성가를 한 사람들의 특징이 조 의원에게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의식이다. 정신과 정신혜 박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 말을 분석하면서 “자신이 겪은 가난의 본질에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극복한 자기 스토리에 공감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말에 남을 배려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조경태 의원이 부산에서 출마했을 당시 포스터.(왼쪽) 오른쪽은 지난 3월 <경향신문> 김용민 만평이다.


정신혜 박사의 이 분석은 조 의원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영남에서 3선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에는 ‘나보다 더 힘든 과정을 겪고 당선된 사람 나오라 그래’라는 말이고, 결국 자기 과신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말과 같다. 정 박사는 이런 사람일수록 ‘통제 불가능의 자신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그가 친노세력을 맹렬히 비난하는 것도 이런 통제할 수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그는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문재인 의원을 ‘필패 카드’라고 비판했고, 대선 이후에도 집요하게 그를 ‘씹고’ 있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틈만 나면 문재인 의원을 비판했다.(상자기사 참조) 그가 친노를 비판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패권주의에 빠져 있고, 과격한 장외투쟁을 앞세우며, 특히 진보를 넘어 종북적이라는 것이다.

진보주의자가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것은, 전북대 강준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일면 숙명적이다. 상대에게도 자신에게도 똑같은 도덕적 가치를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성역 없는 비판은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주의자, 원칙주의자들의 ‘필요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의원은 진보주의자가 아니고 매우 보수, 심지어 수구적이기까지 하다.(본인도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은 아무 쓸모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노무현 정신과 많이 어긋난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조 의원의 친노 비판을 “부산지역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놓고 벌이는 이해싸움”으로 평가 절하한다. 지방선거 등에서 측근들의 공천 탈락이 그를 분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과 특히 부산을 장악한 친노들이 3선 의원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는 정치적 계산이 분명한 현실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비난의 대상이 되는 친노 측은 그를 ‘배신자’로 평가한다. 노무현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은 조 의원을 삼국지의 ‘위연’에 비유한다. 위연은 제갈공명의 총애를 받는 장수였으나 그가 죽자 배신을 한다. 이기명 위원장은 조 의원에게 “정치적 계산이라면 최하수의 계산이요, 출세전략이라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라며 “계산도 좋고 출세도 좋지만 최소한 인간 노릇은 해야 할 게 아닌가”라고 일갈했다.

“나처럼 맨땅에서 정치한 사람 어디 있나”


인터뷰는 초반부터 신경전으로 시작됐다. 기자가 조경태 의원을 인터뷰하려는 이유로 ‘튀기 때문에 탐구대상으로 하고 싶어서다’라고 말을 꺼냈다. 이에 조 의원은 “3선 의원에게 튄다는 발언은 좀 안 어울리는 것 같다, 좀 돋보인다라는 표현은 어떨까”라고 제동을 걸었다.

당 해체론을 주장했는데 어떤 당을 만들자는 것인가.
“개인이나 정파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은 안 된다. 당이 매우 반민주적이고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다. 6·4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모두 경선했는데 우리는 의원 맘대로 1번, 2번을 줬다. 새누리당보다 훨씬 투명하지 못했다.”

특정 집단이란 친노세력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친노 강경·패권주의자들을 말한다. 사실 내가 원조 친노다. 노무현 대통령은 평소 ‘나에게 엄격하고 상대방에게 관대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지금 친노는 자기 계파에게 관대하고 상대에게 엄격하다. 가짜 친노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지 않고 이름만 팔아먹는 매노세력이다.”

정청래 의원은 조 의원의 이런 행보에 대해 혹평을 하고 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아니, 나는 그분에 대해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한 번도 뭐라 한 적 없다. 정청래 의원 개인에 대해서 탓하고 싶은 생각 없다.”

당내 문제를 지적하는 것만큼 정부나 새누리당을 비판하지 않으니 그런 것 아닌가.
“내가 정부에서 추진한 원전정책을 반대하는 데 선봉에 선 사람이다. 정부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책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스스로 썩어 있는데 남에게 잘하라고 하는 게 설득력이 있는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조 의원의 해당행위성 발언은 지역구 당선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있다.
“(나) 3선 했다. 해당행위를 누가 하나? 당의 지지율을 누가 떨어뜨렸나. 당에서 책임진 사람들이 잘했으면 당의 지지율이 이렇게 (새누리당의) 반토막으로 떨어지나. 문재인 의원의 NLL(북방한계선) 발언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곤경에 빠뜨렸나.”

NLL 발언사태에서 정상회담 회의록을 선거에 악용한 것이 더 문제 아닌가.

“(이 부분에서 목소리가 더 올라갔다) 이용을 왜 당하나. 왜 돌아가신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하자고 하나, 그리고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책임 안 졌다. 그때 얼마나 국민적 신뢰를 잃었나. 기초의원 공천 폐지도 (문재인) 후보 시절 본인이 약속했다. 아닌가? 그것도 뒤집었다.”

그것도 여당이 공약했는데, 여당이 먼저 공약을 뒤집은 것 아닌가.

“자,(손사래를 치면서) 그러면 상대가 나쁜 짓 한다고 똑같이 나쁜 짓 해야 하나. 그러면 똑같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원칙주의자다, 원칙주의자. 내가 얘기한 것 가운데 틀린 것 있으면 얘기해 달라. 그리고 이석기 의원 문제도 당은 어떻게 처리했나.”

국회의원이 소신껏 투표를 했는데 커밍아웃 하라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
“커밍아웃이라는 표현은 옛날 유시민 의원이 처음 썼다. 내가 얘기하는 커밍아웃은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해 밝히는 것이고, 싫으면 안 밝혀도 되고…. 실제 그분들이 안 밝혔다. 자기가 표결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라, 그런 얘기다.”

그렇게 여론재판을 했지만 결국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해 내란음모 실체가 없다고 판결나지 않았나.
“어쨌든간에 국가보안법, 실정법 위반 아닌가.”

국가보안법은 노무현 대통령도, 과거 열린우리당도 당론으로 폐지하려 한 법이다.
“얼마 전 김영환씨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에 나와 진술하지 않았나. 통합진보당 의원들 간첩이라고,”

그걸 100% 믿는가. 지금 검찰과 국정원 발표를 다 믿나.
“아이,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데, 국민들이 통진당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학생운동 할 때(전두환·노태우 시절) 많은 학생들이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학생운동은 그것을 반대한 것 아닌가.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독재시대와는….”

얼마 전 국가정보원이 간첩을 조작하려 한 게 드러났다. 그때와 뭐가 다른가.
“지금은 (간첩조작 사실이) 밝혀지지 않는가. 아무튼 그때와 다르다.”

혹시 새누리당에서 영입 제안이 오면 가겠는가.
“경상도에서 민주당(새정치연합) 활동은 독립운동 하는 것과 같다. 내가 빨갱이 소리 들으며 20년 정치했다. 조경태처럼 맨땅에서 인동초처럼 정치한 사람 어디 있나. 내가 부산에서 득표율이 58.2%다. 문재인 후보보다 많이 받았다. 연임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참, 나의 진정성을 너무 모른다. 조경태 인물탐구 정말 제대로 해달라.”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