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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超) 슈퍼클래스가 문제입니다 최근 ‘슈퍼클래스(Superclass)’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지구 상 60억 인류를 움직이는 6000여 명, 그러니까 0.000001, 즉 100만 분의 1에 해당하는 엘리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등 모든 영역에서 인류의 행동양식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라는 겁니다. 이 책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 슈퍼클래스에 대통령이나 재벌회장 같은 전통적 권력과 금력을 가진 인물만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처럼 영화계에서 얻은 명성을 사회사업에서 완성하는 인물도 있고, 시리아의 무기밀매상과 같은 암흑가 두목도 슈퍼클래스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인으로는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들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이명박 대통.. 더보기
임명권자도 어찌할 수 없는 사람 사실 올 초 제가 책을 하나 썼습니다. 제목은 ‘말단에서 장관으로 오르는 공무원 승진의 연금술’이라는 책입니다. 공무원 인사와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오랫동안 출입하면서 ‘아, 이런 유형의 공무원이 승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말단 9급에서 계장-과장-국장-1급-차관-장관까지 해야 할 역할과 성공한 공무원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추려낸 것입니다. 이 책을 쓴 동기는 물론 베스트셀러로 만들어서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한 것입니다. 또 일반 회사에서 처세술이나 승진학은 많지만 공무원의 처세술을 다룬 책은 없었기 때문에 정리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성공하는 장관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들어 있습니다. 먼저 ‘임명권자의 철학으로 무장하라’는 .. 더보기
아직 망가뜨릴 것이 더 남았습니다 정치는 아직도 10년 전, 아니 5년 전 과거사 탓만 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국회는 원 구성도 못하고 빌빌거리다가 겨우 들어간 국정감사에서 차관 하나가 ‘땡긴’ 논농사 직불금 문제로 온통 도배하게 만들었습니다. S(서울시)라인이라는 막강한 백을 가진 그 차관은 굳세게도 잘 버티더니 국감이 거의 다 끝나니 나가버리더군요. 외교 문제를 보면, 레임덕에 걸려 거들떠보지도 않는 부시 대통령과 철없는 혈맹관계나 과시하고(대가로 미국 쇠고기는 덜컥 수입하고), 통일 문제에서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등 화해 분위기지만 우리만 하던 왕래도 끊어버리는 외톨이가 돼 있습니다. 경제 문제요? 독자 여러분이 직접 고초를 당하고 있으니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만 바로 얼마 전까지 “문제 없다”며 펀드를 .. 더보기
안전 후진국을 지키는 소방관의 얘기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럿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정치적 민주화라고 할 수 있지요. 정치제도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치고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나라는 없습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적 민주화를 가늠하는 가장 기본적인 척도는 자유로운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느냐라고 합니다. 그다음은 바로 인권, 국민의 기본권이 지켜지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민주화된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더라고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사회를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 기본권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도 여럿입니다. 행복추구권, 노동권, 환경권 등등. 기자는 우리나라가 국민의 이런 기본권은 어느 정도 국제 수준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런 생각이 조금 달라지기는 .. 더보기
지령 800호 단상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에 개막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중국인의 유별난 8자에 대한 호감을 감안해 날짜와 시간을 택한 것이라고 하지요.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8자는 심오하고 또 좋은 의미를 가진 숫자로 통하고 있습니다. 특히 종교에서 의미하는 8자는 매우 철학적입니다. 불교에서 8자는 신참자가 칠천계(七天界)를 지나 최종 도달하는 낙원과 재생, 부활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8자는 7일간의 단식과 참회를 끝내고 재출발하는 숫자로 다시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슬람교에서는 8자가 무한대 표시를 옆으로 뉘여놓아서인지 재물이 무제한으로 들어오는 횡재수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동양철학에서는 우주 만물의 근원인 음양의 조화를 8괘로 표시했고, 이에 따라 결정되는 사람의 운명을 팔자라고 .. 더보기
우리를 섬뜩하게 하는 것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IT강국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KT. 과거 체신부라는 공무원 조직에서 1981년 한국통신이라는 공기업을 거쳐 2002년 민영기업으로 바뀐 회사입니다. 주식도 외국인이 근 42%를 가지고 있고 국내 기관 및 개인이 24%, 우리사주 등이 대주주입니다. 자산 규모는 27조 원에 25개 자회사 및 계열사, 직원 3만5000여 명으로 한국 재계 순위 7위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재계 순위 7위 그룹의 경영진이 공백 상태입니다. KT는 러시아 등에 우리의 초고속 인터넷 기술을 수출하고 국내에서도 뉴미디어인 IPTV 등 추진하는 새로운 사업도 많습니다. 게다가 KT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KTF도 사장이 사실상 공백인 지 오래됐습니다. 한시적인 겸직 사장이 중요한 결정을 할 수는 없겠지.. 더보기
서울 2008년 겨울, 살아남는 법 2008년 11월 18일 밤 서울 한쪽 구석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올해 마흔네 살 된 노숙인이 공원에 있는 나무 벤치를 뜯어 불을 피우다 시민의 신고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라면 박스로는 기습 한파를 막기 어려웠기 때문이지요. 이 노숙인은 서울의 명문대 그것도 프라이드 강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그는 한때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돈 잘 버는 젊은 사장으로 통했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5억 원의 빚을 졌다고 합니다. 그는 빚쟁이를 피해 집을 나와 고시원을 전전했습니다. 그러다 공사장에 나갔다가 머리를 다쳐 변변한 일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이혼하면서 가정생활도 파탄이 났습니다. 그는 병든 몸에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해 정부가 주는 몇십만 원으로 근근히 생활했습니다. 하지만.. 더보기
만사형통(萬事兄通) 영일대군 1970년대 김종필, 80~90년대 박태준·김윤환, 2000년대 다시 김종필, 2004년 문희상…. 대부분 한때 권력의 심장부에서 권력의 맛을 풍미했던 인사입니다. 직책은 바로 한일의원연맹 한국 측 회장입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자타가 공인한 제2인자인 김종필 의원이 이 모임의 회장을 지냈고, 전두환·노태우 시절에는 민정당 개국공신으로 일본통이며 포철신화를 일군 박태준 회장이 회장을 지냈습니다. 김영삼 정부 시절에는 세 번이나 대통령을 만들어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린 김윤환 의원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소위 DJP연대로 정권 창출의 동반자인 김종필 의원이 두 번째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역시 개국공신으로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 회장을 맡았습니다. 한일의원연맹.. 더보기
묵사발에서 희망 찾기 환경운동연합은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시민단체 중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시민단체에서 보조금을 유용하고 비록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대표가 부정 혐의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는 충격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장 칼날이 매섭다는 검찰의 구속영장도 헛발질을 합니다만. 어찌됐든 우리 사회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시민단체의 처지가 요즘 말이 아닙니다. 사죄하는 기자회견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참여정부에서 국정 참여의 동반자임을 자랑스러워하던 그들의 축 처진 어깨하며…. 문제는 역시 돈입니다. 이번 문제도 역시 돈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연합은 세 가지를 국민에게 약속했더군요. 상근자를 축소하는 등 돈 안 드는 조직을 만들고, 그 조직의 사업과 회계를 투명하게 .. 더보기
웃기는 청와대, 우는 국민 과거 권위주의 시절 청와대 비서실은 권력 그 자체였습니다. 흔히 “권력은 거리에서 나온다”라며 최고 권력자를 얼마나 가까이에 모시느냐가 권력의 척도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도는 많이 완화됐지만 이 격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참모 조직입니다. 정책을 실행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정책은 장관이 각 부처에서 하는 것이지 대통령실은 아무런 실권이 없습니다. 실권이 없으니 책임도 없습니다. 그럼 수백여 명의 인재가 모인 대통령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조언자 기능을 해야 합니다. 많은 학자와 청와대 경험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실의 역할은 ‘조정과 소통’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조정과 소통이 잘 되고 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출범 4개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