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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편지

내가 낸 세금으로 배상해?

최근 소위 뉴라이트 계열이 만들었다는 교과서 시안이 보도됐습니다. 5·16쿠데타는 혁명이고 4·19혁명은 학생소요고,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한 유신은 근대화의 결단이라나… 난장판이 된 공청회 장면을 보니 정말 가관입디다.

물론 45년 전의 일이고 이제는 역사 평가에 맡기자는 것도 일리가 있습니다. 또 학자의 소신과 양심은 자유롭게 발표해야 하는데 공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행위는 분명 잘못입니다.

하지만 45년 전 5·16쿠데타에 대한 평가를 역사적 연구대상으로만 넘겨버릴 수 있을까요. 바로 11월 28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5·16쿠데타 이후 혁명검찰부를 만들어 사람을 잡아 가두고 혁명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한 행위는 불법이라고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 결정을 보면 당시 쿠데타 세력은 국민의 기본권은 물론, 헌법도 마구잡이로 위반했습니다. 또 당시 최소한의 형사소송법 절차도 거치지 않고 한마디로 법도 없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혹독했다는 일제시대에도 신문을 만들다 사형당한 사람은 없습니다. 결국 국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심을 통해 보상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이처럼 5·16쿠데타는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인 사건입니다. 그런 진행형의 사건을 놓고 국민적 합의(헌법)를 뒤집으려 하니까 그 난리가 벌어진 것 아닐까요.

지금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저지른 반인륜적 반인권적 행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시절 중앙정보부에서 숨진 최종길 서울대 교수에 대해 국가는 수십억 원을 배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배상금이 고스란히 지금 내가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위정자가 정권연장 혹은 부정축재를 한 범죄에 대한 배상을 왜 내가 지금 낸 세금으로 합니까.

당시 반인륜적 범행을 저지른 위정자의 후손은 지금 떵떵거리며 살고 있습니다. 각종 장학·육영재단이라는 이름으로 재산을 숨겨놓고 있지만 실상은 세습하고 돈을 불리고 있습니다. 지금 친일파 후손이 나라를 팔아 축재한 재산도 몰수하고 있습니다. 과거 자행된 인권유린에 대한 배상은 당연히 당시 축재한 재산을 몰수해 배상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맞습니다. 더구나 후손이 책임있는 일을 하려 한다면 스스로 먼저 그렇게 선언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희복 편집장 wonhb@kyunghyang.com>

2006/12/1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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